CEO REPORT
FEBRUARY 2025 Vol.239

FEBRUARY 2025 vol.239

SPECIAL ②

온디바이스AI, 드론…
CES서 빛난
K-벤처

CES 2025에서 한국 기업의 활약은 빛이 났다. K-벤처·스타트업이 133개의 CES 2025 혁신상을 차지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와 드론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AI’가 주제였던 CES 2025에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의 활약을 살핀다.

글. 유성민

Profile. 유성민
- IT칼럼니스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R&D 상생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는 매년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콘퍼런스 행사다. 올해는 1월 7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CES는 1967년, 소비자에게 가전을 전시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58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콘퍼런스로 발전했다. 가전전시회에서 최신 ICT 동향을 교류하는 행사로 바뀐 셈이다. CES 2025 참관객 수는 14만 명이 넘고 전시 기업은 4,800여 개다. CES 2025 콘퍼런스 주제도 강렬하다. 올해 콘퍼런스 주제는 “연결(Connect)·해결(Solve)·발견(Discover)·몰입(Dive-in)”이었다. 이는 ‘서로의 기술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발견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몰입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CES 2025에서 소개된 최신 ICT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삼성전자가 참여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3,368㎡(약 1,019평) 부스에서 가정용 개인 맞춤형 서비스인 홈 AI를 선보였다. 가전 배치도를 추천하는 맵뷰(Map-View)를 비롯해 개인 맞춤으로 동작하는 여러 가전 기기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총 29개 혁신상을 받았고 그중 최고혁신상 4개를 받았다. 특히 눈에 띈 제품은 ‘갤럭시 버즈3 프로’였다. AI 기반으로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큰 특징이었다. ‘공감지능’이라는 핵심어를 내세운 LG전자는 LED 사이니지 700여 장을 붙여 만든 화려한 조형물로 참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LG전자 가정용 플랫폼 ‘LG 씽큐 온(ThinQ ON)’은 사람의 말과 행동을 센서로 감지하여 가전기기를 제어함으로써 최적의 집 안 환경을 만들어 준다. LG전자는 24개 혁신상을 받았는데 그중 최고혁신상 3개를 받았다. 혁신상을 수상한 ‘이동형 AI홈 허브(프로젝트명 Q9)’가 돋보였는데 Q9은 집사 로봇으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가정 내 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AI 전용 프로세서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Nvidia)는 ‘물리적 AI(Physical AI)’ 시대를 강조하며 대화형 AI 시대를 넘어 로봇·자율주행차까지 확장된 미래를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이를 돕기 위해 로봇과 자율주행차를 가상 세계에서 쉽게 학습시킬 수 있는 코스모스(Cosmos) 플랫폼을 선보였다. 한편 이번 CES 2025에서 LG전자 노바, 네이버 D2스타트업 팩토리 등 대기업의 연구 지원을 받아 전시관을 꾸린 국내 벤처·스타트업이 최소 37개사에 이른다. 커지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R&D 상생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CES 2025에 참여한 한국 기업의 성과

기업 및 플랫폼 참여 기업 수 특징
삼성전자 C랩 15개 -CES 최고혁신상 등 12건 수상
-누적 912개사, 12조9,000억 원 투자
LG전자 노바(북미이노베이션센터) 6개 -실리콘밸리 소재 스타트업 협력 조직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10개 -혁신상 4건 수상
-투자 포트폴리오 110여 개사 중 80% 글로벌 진출
카카오벤처스 7개 -혁신상 3건 수상

중국과 미국을 이긴 한국

불과 4년 전만 해도 CES 참관을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면 필자를 중국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CES에서 중국의 위상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오해는 해마다 줄고 있다. 한국의 위상이 CES에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ES 2025에 참가한 국내 기업 수는 1,031개사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이는 미국(1,509개사), 중국(1,339개사)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우수 전시 기업이 받는 혁신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 수는 458개에 이르는데 그중 한국이 210개(46%)를 수상하며 가장 많은 혁신상을 수상한 나라에 등극했다. 이는 전년 134개에서 1.5배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은 기업이 참가한 미국(68개, 15%)과 중국(46개, 10%)보다 압도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다. 최고혁신상의 경우 전체 34개 중 15개(44%)가 한국 제품에 돌아갔다. 이 또한 미국(5개, 15%)과 중국(2개, 6%)보다 많은 수치다. CES 2025에서 한국이 이처럼 빛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K-벤처·스타트업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K-벤처·스타트업이 133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한국이 수상한 전체 혁신상에서 60%를 차지한다. K-벤처·스타트업의 활약은 최고혁신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한국 10개사가 최고혁신상 15개를 수상했는데 그중 K-벤처·스타트업 5개사가 5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그럼 K-벤처·스타트업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을까? 두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온디바이스 AI와 드론 분야다. 슈프피리마AI, 고스트패스, 포스콤이 온디바이스 AI 유형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고, 시에라베이스와 니어스랩이 드론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분야별로 살펴보겠다.

온디바이스 AI에서 활약한 국내 기업들

AI의 핵심은 적은 자원을 쓰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AI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AI 구동을 경량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최대한 효율적으로 컴퓨팅 성능을 높여 정확도를 올리는 하드웨어 기술 개발로 진행된다. 온디바이스 AI는 이러한 기술의 결합체로 볼 수 있다. AI 구동의 경량성과 스마트폰의 제한적인 컴퓨팅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중앙 서버에서 구동한 만큼 AI 정확도는 높지 않다. 이에 온디바이스 AI는 비교적 정확도가 높지 않은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가령 해당 사람이 누구인가를 식별하는 것보다 해당 사람 여부를 판별하는 검증에서 적은 정확도를 요구한다. 음성 AI를 예로 들겠다. AI 실행어는 사람이 기기를 호출하고 명령할 때 반응을 보이기는 하지만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아 온디바이스 AI로 구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 명령어는 단어 하나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정확도가 요구된다. K-벤처·스타트업이 온디바이스 AI로 어떻게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을까? 먼저 슈프리마AI다. 슈프리마AI는 슈프리마 자회사로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참고로 슈프리마는 2000년대 설립된 기업으로 지문과 얼굴 인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강소기업이다. 슈프리마AI는 슈프리마의 인증 기술을 활용해 온디바이스 AI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CES 2025에서 ‘Q-비전 프로’를 출시해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Q-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얼굴 표정과 행동을 온디바이스에서 분석해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금융 사기 방지에 활용할 수 있다. Q-비전 프로는 ATM 영상센서로 사용자의 표정 및 행동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여부를 감지할 수 있으며 감지에 따라 보안 관리자에게 바로 알려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 고스트패스는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외부에 저장하지 않고 본인 인증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CES 2024 혁신상에 이어 CES 2025에서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기존 생체 정보는 중앙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본인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고스트패스는 온디바이스 방식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생체 정보를 외부 중앙 서버가 아닌 스마트폰에 저장해 본인 인증을 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얼굴 인증 시 인증 장치가 스마트폰과 통신해 인증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포스콤은 초소형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 ‘AirRay-Mini’로 2관왕을 휩쓸었다. 인간 보안(Human Security)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고 이미지 처리(Imaging)에서도 혁신상을 수상했다. AirRay-Mini는 재난구호 현장 혹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할 수 있게 하는데 안정성과 정확성을 모두 갖췄다. 우선 첨단 레이저 거리 센서를 탑재해 방사선이 일정 범위에서만 동작하도록 해서 방사선 위험을 최소화했다. AI 기반 노이즈 저감 기술을 통해 정확성까지 높였다.

드론 분야에서 활약한 국내 기업들

과거 드론은 군용으로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간용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중 넓은 지대를 감찰하는 역할로 많이 쓰인다. 드론은 사람보다 빠르고 하늘에서 넓은 지대를 더 쉽게 감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에라베이스는 이와 같은 드론의 강점을 활용해 스마트시티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시에라베이스는 드론으로 구조물의 안전을 진단할 수 있게 하는 안전진단 솔루션 시리우스(SIRIUS)를 선보였다. 시리우스는 AI 기반 손상탐지로 0.1㎜의 균열을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드론 비행이 쉽도록 하는 자율비행 및 자기위치추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니어스랩 또한 감찰 기능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니어스랩은 드론 자율주행 기술로 유명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CES 2022에서 자동으로 안전을 진단하는 기술을 선보여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CES 2025에서는 드론 스테이션이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드론 스테이션은 드론이 자동으로 순찰할 수 있도록 해 치안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CES 2025에서 본인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K-벤처·스타트업을 살펴봤다. 그 밖에 수많은 K-벤처·스타트업이 온디바이스 AI 및 드론 분야 외 자신만의 기술력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내년 CES 2026에서도 K-벤처·스타트업들이 본인만의 기술 강점으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