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행복론…
쇼펜하우어의 건강법
글. 강용수
Profile. 강용수
-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니체 작품의 재구성> 등
‘잘 살기’를 지향하는 웰빙은 시대적 화두이자 철학적 주제다. 영어 ‘Well-being’은 한국어로 ‘잘 사는 것’을 뜻한다. 플라톤의 <대화 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우리가 그저 사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리스 철학자에게 잘 사는 것은 무병장수만을 뜻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잘 사는 것은 ‘아름답게’ ‘옳게’ 사는 법을 포함한다. 오늘날 의학이 발전하면서 잘 사는 것은 마치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아무리 건강이 중요하다고 해도 관심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 건강에 대한 정보가 유튜브나 미디어를 통해 너무 넘쳐나다 보니 혼란스럽기도 하다. 건강이 행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90%로 본 쇼펜하우어가 말한 건강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끊임없이 활동하라. 우리의 생명은 쉬지 않고 신진대사를 통해 존재한다. 따라서 운동을 멈추면 안 된다.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도 활동을 멈추면 멍해지거나 따분함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활동하는 것, 즉 무언가를 행하고, 가능하면 무언가를 만들고, 적어도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인간의 행복에 필수적이다.”
둘째, 그렇지만 지나친 활동은 경계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근육은 많이 쓸수록 강해지지만 신경은 그럴수록 약해진다’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근육은 운동으로 적당히 긴장시키는 것이 좋지만 신경은 너무 긴장시키면 안 된다. 근육은 활발하게 움직이더라도 사고를 하는 능력이 손상되지 않도록 활동을 조정해야만 한다.
셋째, 충분한 숙면을 취하라. 근육을 너무 많이 쓰거나 정신적 긴장을 많이 하면 뇌에 손상이 간다. 따라서 뇌가 피로하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수면이란 시계의 태엽을 감아 주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한다. 깊은 잠을 통해 소진한 생명력을 다시 얻고 새롭게 태어난다. 인간처럼 뇌가 많이 발달해 뇌 사용이 많을수록 충분히 잠을 깊이 자야 한다. 그러나 시간만 늘린다고 좋은 수면이 아니다.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 따라서 충분히 깊은 수면을 취해야만 몸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지나친 휴식은 건강을 해친다.
넷째, 돈을 벌기 위해 과로하면 안 된다. 과로가 건강을 해치는 것은 당연한데 성공과 출세를 위해 잠자지 않고 밤이 새도록 일하면 정신력이 고갈된다. 모든 신체의 질병과 고통, 부조화가 발생하면 정신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재능을 지닌 천재도 젊을 때 혹사를 하면 나중에 정신력이 말라버려 말년에 우둔해지거나 정신박약까지 오고 정신이상자가 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돈’이다. 따라서 돈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건강법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웰빙의 핵심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능에 따르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좋지 않다. 너무 많은 정보는 건강에 대한 불안증을 키워 약에 대한 의존도만 높인다. 건강의 원칙은 단순할수록 지키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