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으로 ‘숏핑’해요
짧고 강렬한 매력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쇼핑의 중심에 섰다. 짧은 영상에 흥미로운 연출과 간결한 정보 전달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구매로 이어지는 새로운 쇼핑 문화, ‘숏핑(Short-pping)’이 떠오르고 있다. 숏핑은 단순히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선사한다.
글. 이주희
Profile. 이주희/font>
-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 책임연구원
숏폼의 대표 플랫폼으로는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이 있다. 이 플랫폼들은 짧은 영상에 상품의 특장점을 담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특히 숏핑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 구매 가능성을 높인다. 숏폼을 활용한 커머스 활동은 챌린지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과 짧은 광고 영상을 제작해 영상에 등장한 제품의 구매 링크를 함께 소개하는 방법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인기 가요의 하이라이트에 안무를 만들어 챌린지 형태로 확산시킨 영상은 젊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예컨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춤을 춰야 꽃을 살 수 있는 꽃집’으로 잘 알려진 서울 성수동 꽃집 비틀즈뱅크는 화제성에 힘입어 서울 더현대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총 1,500만 조회수를 달성한 댄스 챌린지 영상은 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댄서 제이블랙부터 박문치, 유병재 등 유명인은 물론 벨리곰, 둘리 등 캐릭터들이 꽃집을 찾아 댄스 챌린지에 참여하며 확산됐다.
1월 21일 기준, 롯데홈쇼핑 숏핑 재생 수는 7개월 만에
300만 건을 넘어섰다.
모든 플랫폼의 트렌드, 숏핑 ●
2022년 네이버는 라이브커머스 분야에 숏폼 도입을 시도했다. 10분 내외의 쇼핑 콘텐츠인 ‘맛보기 숏핑’을 선보였고 이는 1시간가량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예고 형식으로 짧게 보여줬다. 틱톡 인플루언서들이 Q&A 형식으로 상품을 소개하거나 구매 조건을 설명하는 것처럼 MZ세대의 짧은 동영상 선호에 맞춘 것이다. 네이버의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인 판매 성과를 보였다. 팔도, CJ제일제당, 매일유업 등 6개 브랜드가 참여한 뒤 매출이 증가했고 네이버는 ‘맛보기 숏핑’만으로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내거나 본 방송 매출이 45% 증가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쇼핑 기능을 업데이트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커머스 사업에 진출했다. 특정 장면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띄우는 ‘타임스탬프’와 여러 동영상에 태그를 지정하는 ‘일괄 태그’ 등 쇼핑 기능을 선보이며 사용자의 쇼핑 경험을 확대했다. 이러한 기능은 유튜브 파트너 자격을 충족한 크리에이터에 한정해 자사 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으며 쇼츠와 라이브 등 다양한 영상에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틱톡은 미국 시장 내에서 커머스 서비스인 틱톡샵을 론칭했고 영국과 동남아시아 6개국에 이어 아홉 번째 진출 국가로 한국을 낙점했다. 틱톡은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 수만 16억 명이 넘을 만큼 화제성이 높은 동영상 플랫폼 중 하나다. 틱톡샵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 차례 퇴출당했으나 전자상거래 업체를 인수해 다시 진출할 만큼 관련 서비스의 정착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 매출로 증명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조사기업 유넷ECI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틱톡샵의 베트남 내 거래액은 18조3,600억 동(한화 약 1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5% 증가했다. 이 밖에도 틱톡샵은 출시 3개월 만에 미국 내에서 약 15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 쇼핑에서 숏클립을 도입한 첫해인 2022년에는
작년 대비 거래액이 1,254% 증가했다
탈(脫)TV 현상, 그 중심엔 숏폼 ●
숏폼 콘텐츠가 이커 머스에 끼치는 영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도 숏폼 중심으로 개편되며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상품의 특성을 짧고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숏폼은 브랜드 입장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았다. ‘탈(脫)TV’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TV홈쇼핑 기업에서는 이를 대체하는 전략으로 숏폼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국내 TV홈쇼핑 4사(GS샵,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송출 수수료는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고객 유입과 매출 개선을 위해 숏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GS샵은 지난해 12월부터 숏폼에 기반한 커머스 서비스인 ‘숏픽’을 운영하고 있다. 숏픽은 GS샵이 활용한 채널에서 송출됐던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편집한 콘텐츠로 서비스 게시 이후 꾸준히 매출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1월 TV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로봇청소기 ‘로보락S7 맥스 울트라’는 방송 주문 기준 약 14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체 주문 고객 중 약 15%가 방송 전 숏픽에 올라온 1분짜리 ‘로보락’ 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0명의 구매자는 본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오직 숏픽 영상만 시청한 후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GS샵은 해당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 내비게이션 바 중앙에 배치할 정도로 핵심 서비스로 낙점해 힘을 싣고 있다.
2019~2024년 숏폼 앱 월간 사용 시간 추이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합산)
이커머스의 핵심 요소, 숏핑 ●
숏폼을 활용해 미래 고객을 모시기 위한 콘텐츠 마케팅도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숏폼의 특성을 활용한 콘텐츠가 다수 노출되며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무신사는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그중에서 ‘무신사 직원의 출근룩’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LF의 공식 채널인 ‘LF랑 놀자’에서는 ‘패션회사 직원들은 무슨 지갑 들고 다녀요?’와 ‘패션회사 직원들은 무슨 가방 들고 다녀요?’ 시리즈가 주목을 받았다. 두 시리즈 모두 실제 직원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즉석에서 소개하는 콘텐츠로 친한 친구에게 설명하는 듯한 연출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숏폼 플랫폼은 짧고 간결한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 콘텐츠로 빠르게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주로 사용한다.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이 보편화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이용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전략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유통 업계에서는 ‘펀커머스(Fun Commerce)’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펀커머스는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일반적인 홈쇼핑, 라이브 커머스와는 달리 재치 있는 상황을 연출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특히 지속적인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숏핑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숏핑은 단순히 새로운 쇼핑 트렌드가 아닌 소비자가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쇼핑 경험이다. 앞으로도 숏핑은 다양한 플랫폼과 결합하며 이커머스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