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6 Vol.254

MONTHLY CEO

퇴직금 1000만 원으로
시작
현장에서 ‘국산화 답’
찾았다
㈜폴리텍 한태동 대표

글. 편집부
사진. 임학현

자동차 제조 공정의 고도화로 정밀 세정과 자동화 설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폴리텍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환경친화적인 공정 개선을 통해 국내 완성차 생산 라인의 효율을 높이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를 읽는 순간,
사업이 시작된다

㈜폴리텍의 출발점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이해’였다. 한태동 대표는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며 생산 라인의 구조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개선되지 않는 문제들이었다. 특히 생산 라인 곳곳에서 사용되던 장비와 부품은 상당수가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고 이는 산업 경쟁력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과 독일 제품이 중심이 된 구조는 가격 부담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대체’가 아닌 ‘재구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기존 제품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기술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한태동 대표는 창업을 선택한다. 외환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남아 있던 시기였고 자본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퇴직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모든 것이 제한된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다. 하지만 초기 전략은 명확했다. 규모를 키우기보다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것. 단기간의 매출 확대보다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태동 대표는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부품과 장비를 하나씩 분석하며 국산화 가능성을 검토했고 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기능 구현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 제품보다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접근은 시간이 걸렸지만 확실한 결과로 이어졌다. 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현장에 최적화된 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이는 곧 고객사 신뢰로 연결됐다. 2003년 현대·기아차 협력사 등록은 거래 확대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처럼 ㈜폴리텍의 창업은 ‘아이템’ 중심이 아니라 ‘문제 해석’에서 출발했으며 이 구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 역시 시장에서 먼저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를 통해 구체화된다. 결국 이 기업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문제를 읽는 방식’에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현장이다.







제품이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경쟁력

㈜폴리텍의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품’ 이전에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폴리텍이 만들어온 가치는 개별 부품의 성능을 넘어 생산 과정 전체의 효율을 변화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산업용 특수 롤러와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점차 프레스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여기에 우레탄 제품과 로봇 부품까지 더해지며 생산 공정의 주요 구간을 포괄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국산화 기술이다.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 환경에 맞게 기능을 재설계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기존 외산 제품은 특정 환경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아 국내 생산 라인에서는 불필요한 기능이 포함되거나 반대로 필요한 기능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폴리텍은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며 ‘현장 맞춤형 기술’을 구현해왔다.
그 결과, 원가 절감과 납기 단축이라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기존 설비와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을 개선한 점은 고객사 입장에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최근에는 자동화 설비 분야에서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자체 개발한 건식 세정장치는 공정 단축과 친환경 요소를 동시에 구현한 사례로 기존 공정의 구조 자체를 개선했다. 이 장치는 이미 국내 완성차 생산 라인에 적용되며 효과를 입증했다.
공정 효율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기존 오일 기반 세정 공정에서 발생하던 바닥 오염과 미끄럼 사고 위험을 줄이고 공기 중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해 작업 환경 개선과 산업안전·환경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기차 확대와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생산 공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정 간 연결성과 자동화 수준이 중요해지고 있다.
㈜폴리텍은 이 변화 속에서 ‘공정 중심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 업체의 생산 방식을 개선하는 이른바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체 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이어가며 로봇화·자동화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결국 ㈜폴리텍의 기술은 ‘부품’이 아니라 ‘흐름’을 다룬다.







사람과 과정이 만드는 기업의 지속성

㈜폴리텍의 성장은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기반에는 조직과 사람, 이를 운영하는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2011년 충북 옥천으로의 본사 이전은 이러한 경영 철학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된 결정이었지만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했다. 주요 거래처와의 거리, 물류 흐름, 납기 대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다. 이전 이후 납기 리드타임이 단축되고 비용 효율성이 개선되는 성과가 나타났다. 이는 입지 선택이 경쟁력과 직결된 요소임을 보여준다.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인재 확보와 지원 제도를 통한 기술 투자, 안정적인 조직 운영도 핵심 중 하나다. 특히 조직 구성원에 대한 접근이 눈에 띈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기숙사를 마련했고 타국에 있는 가족들을 초청해 장기 투숙을 할 수 있도록 사택도 제공했다. 이는 직원의 안정감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생산성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경영 철학도 명확하다. 한태동 대표는 ‘신뢰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이는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품질 관리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부품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미세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 공정에 걸쳐 표준화된 작업 기준과 철저한 품질 관리 체계를 운영하며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협력 업체가 ㈜폴리텍과 꾸준히 거래를 이어가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제 ㈜폴리텍의 시선은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다.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과 공정 혁신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완성차 브랜드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이 기업의 경영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사람, 공정,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