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는 디지털화 통해 생산비 낮추고 “中企는 디지털화 통해 생산비 낮추고 정부는 ‘초기 현금+장기 공제’ 지원을”
글로벌 공급망이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리쇼어링은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유럽·일본이 대규모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 복귀를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중소 제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한국형 리쇼어링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향, 중소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속에서 확보해야 할 전략적 지점을 논의했다.
정리. 편집부 사진. 박동균
국내의 유턴기업 지원법(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 법안) 도입 이후에도 기업 복귀 실적이 부진했던 원인은 무엇인가.
오준석정부는 유턴기업의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등 리쇼어링 관련 세제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유턴기업이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 등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기업 환경은 여전히 리쇼어링을 제약하는 요소가 많다. 기업이 과거 해외로 이전했던 원인인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동시장, 노조 갈등, 다양한 규제 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행정 절차와 규제가 국제 기준과 괴리된 ‘갈라파고스 규제’로 운영되는 점도 리쇼어링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민경기첫째,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목적 자체가 리쇼어링을 어렵게 한다. 국내 기업은 해외 시장 확보나 저렴한 인건비, 특정 자원 활용을 위해 해외로 나간 경우가 많아 높은 인건비와 제한된 자원을 가진 국내로의 복귀 결정이 쉽지 않다. 세제 감면이나 보조금만으로는 복귀 후 지속 비용을 충분히 보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존재한다. 둘째, 유턴 인센티브의 규모가 경쟁국 대비 부족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반도체·전기차 등 전략산업에 대규모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제공한 것과 달리 국내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어 대기업의 본격적인 복귀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추동훈한국은 인건비·전기요금·부지 비용이 높고 노동 규제·인허가 절차가 복잡하다. 게다가 지원은 많지만 효과는 약하고 절차는 번거로워 기업 입장에서 실익이 없다. 미국·일본처럼 큰 인센티브를 한 번에 주는 구조도 아니다. 기업 전략 자체가 리쇼어링보다는 생산기지 다변화를 택해 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간 많은 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베트남·멕시코·인도 등으로 확장하는 ‘차이나+1’ 전략을 선호했다. 한국으로 복귀하는 것보다 해외 확장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현행 ‘유턴기업 지원법’과 관련 제도에서 구조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핵심 요소는 무엇이라고 판단되는가.
오준석유턴기업 지원제도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요구는 수도권 복귀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배제 문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부분 유턴 기업의 경우 인정 요건이 까다로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많고 세제 감면, 보조금 수준도 실제 투자 비용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또한 지원 절차가 복잡하고 예측 가능성이 낮아 기업이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지원이 주로 비수도권에 집중된 점 역시 수도권 기반 기업의 유턴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유턴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제 개선뿐 아니라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제도 환경의 정비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민경기개별 기업 단위 지원에서 공급망·클러스터 단위의 생태계 통합형 구조적 지원으로 확대돼야 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중소·중견기업)와 동반 유턴 또는 동반 국내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공급망 동반 복귀 지원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물류망과 판매망 등을 포함하는 클러스터 단위의 구조적인 복귀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추동훈현재 유턴법은 인센티브의 효과가 작고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기업들이 전략산업·고용창출·투자 규모 등 몇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세제·보조금·금융·입지를 패키지로 한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구조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일본은 이러한 방식으로 리쇼어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또한 유턴 인정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해외 생산을 대폭 축소해야만 국내 복귀로 인정되는 현행 기준으로는 부분 리쇼어링이나 국내 신규 투자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글로벌 기업들은 전체 라인을 한 번에 이동하기보다 일부 라인만 옮기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도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국내 복귀 기업 다수가 소규모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세금 감면보다 기술 개발, 공정 혁신, 생산 자동화와 같은 실질적 경쟁력 강화 지원이 더 절실하다. ‘유턴+스마트팩토리’ 방식의 패키지 설계가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력 부족, 인력난, 입지 제약을 겪는 국내 중소 제조업이 리쇼어링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강화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오준석리쇼어링은 단순히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이 해외로 나갔던 핵심 요인인 생산비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디지털경제 전환 흐름에 맞춰 제조업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디지털 공급망을 적극 도입해 운영 효율을 높여야 하고 중소기업 역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생산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기반 위에 로봇기술과 자동화를 강화한다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이는 리쇼어링을 비용 부담이 아닌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전환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민경기리쇼어링을 위해서는 중소 제조업의 기술·인력·입지 전반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기술 측면에서는 자동화·디지털 전환을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인력 측면에서는 기존 인력을 디지털 숙련 인력으로 전환하고 필요한 전문 인력을 적극 유입해야 한다. 입지 측면에서는 개별 공장 체제를 넘어 공동 인프라와 협력 네트워크를 갖춘 집적형 산업단지로 이동해 비용과 효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추동훈국내 중소 제조업이 국내 복귀를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기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서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것과 같이 기술력과 자동화를 꼽을 수 있다. 이 외에 글로벌 네트워크도 중요한 요소이다. 글로벌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공급망 진입 전략이 필요하다. 리쇼어링은 가치사슬에서 새로운 자리 잡기 과정이기 때문에 대기업 수준의 품질·납기·ESG 기준을 충족하는 역량을 갖춰야 공급망에서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중소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실질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제공해야 할 핵심 인센티브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준석리쇼어링 인센티브는 세제·재정·행정지원으로 나눠 보되 지역경제의 총요소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정도에 비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제 측면에서는 법인세·소득세 감면이 핵심으로 국내 복귀 후 7년간 최대 100%, 이후 3년간 50% 감면이 적용되며 일부는 투자세액공제로도 지원된다. 재정지원은 투자 규모와 고용 효과, 첨단업종 여부 등에 따라 기업당 최대 600억 원까지 제공될 수 있다. 행정지원은 이전 비용 지원, 인허가 절차 간소화,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이 포함되며 복귀 기업의 채용·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되고 있다.
민경기리쇼어링을 유도하려면 단순한 비용 보전이 아니라 생산성 혁신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조건·성과 기반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 등 생산성 향상 투자를 폭넓게 지원하고 일정 수준의 국내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는 사회보험료나 인건비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 공장 이전과 설비 구축에 필요한 초기 비용은 저금리 정책금융으로 지원해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인센티브는 핵심 산업에 집중하고 고용·투자·생산성 등 목표 달성 시점에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기업의 장기적인 국내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
추동훈기업 복귀를 유도하려면 인센티브가 ‘많이 주는 방식’이 아니라 ‘정확히 필요한 지점’을 찌르는 구조여야 한다. 초기 설비투자 부담을 줄여줄 현금성 지원과 장기 세액공제를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정 수준의 고용 유지, 투자, 수출 성과를 조건으로 5~10년에 걸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또한 리쇼어링과 함께 공정을 자동화하거나 디지털화하는 기업에는 보조율을 더 높여줄 필요가 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일수록 장기적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기업의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성과를 모두 확인한 뒤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고 이후 성과에 따라 나머지를 정산하는 ‘선지원·후검증’ 구조가 현실적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전략적 지점은 무엇인가.
오준석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국내에서 내재화해 공급망 불안에 민감한 기업들에 안정적인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미래 산업 분야에서 자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세부 영역을 찾아 틈새시장에 특화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가치사슬이 지역 단위로 재편되는 흐름에 맞춰 특정 지역의 고유한 수요를 충족하거나 인근 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인근 조달 전략의 실행 주체로 자리 잡는 것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민경기GVC가 분산·탄력형 구조로 재편되면서 중소기업은 전문성과 유연성을 무기로 새로운 틈새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이 안정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중소기업은 고난도 소부장과 맞춤형 정밀 장비 등 대기업이 직접 다루기 어려운 영역에서 기술적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글로벌 기업에 안정적인 대안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ESG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재활용·순환경제 기술 확보와 친환경 인증을 통해 ‘그린 서플라이어’로 신뢰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중소기업의 전략적 가치와 협력 기회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추동훈대기업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미세 공정이나 특수 소재·부품 분야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좋은 영역이며 프렌드쇼어링 클러스터의 최상위 공급망 진입은 어렵더라도 하위 단계 서브 공급망에서는 기회가 많다. 다만 이를 위해 국제 품질·환경 기준을 충족하고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아울러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Manufacturing-as-a-Service’ 모델이 확산되면서 설계부터 시제품, 소량 생산, 사후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유연한 제조 역량이 중소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